'지형근'(1926)은 나도향의 최후 소설로서, 지형근이라는 소위 양반 계층의 한 인물이 노동자로 살아가면서도 자신의 계급적 정체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ㄴ락은 관념 속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풍자적으로 그리고 있다. 지형근의 몰락은 자본주의 사회의 힘과 논리, 즉 돈의 논리가 한 인간을 어떻게 파멸시키는가를 잘 보여 주고 있다. 어수룩하여 다른 뜨내기 노동자들에게 돈을 다 털리면서도 이화를 마음에 두고 찾아가나 이화는 상대해 주지 않고, 급기야 친한 친구의 돈까지 훔쳐 이화를 찾다가 결국 경찰서에 잡혀가게 되는 마지막 장면은 시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한 인물의 서글픈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신흥 도시로 노동자들이 몰려들던 철원의 풍경과 실업자들이 넘쳐나는 궁핍한 현실에 대한 사실적인 묘사가 두드러진다.
나도향(저자): 본명은 경손(慶孫), 필명은 빈(彬), 호는 도향(稻香)이다. 1917년 배재고등 보통학교를 졸업하였고, 같은 해 경성의학전문학교에 입학하였으나 문학에 뜻을 두고 일본으로 건너갔다. 그러나 학비 미조달로 귀국, 1920년 경북 안동에서 보통학교 교사로 근무하였다. 1922년 '백조' 동인으로 활동하면서 「젊은이의 시절」「별을 안거든 우지나 말걸」을 발표하면서 작가활동을 시작하였다. 1926년 다시 일본으로 갔다가 귀국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타계했다. 대표작품으로는 「물레방아」「뽕」「벙어리 삼룡이」등과 장편 「환희」가 있다. 나도향의 작품들에는 본능과 물질에 대한 탐욕 때문에 갈등하고 괴로워하는 인간들의 모습이 객관적 사실 묘사로 그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