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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

사랑으로 통한 샛문이 홱 열렸다. "이 사람아. 원 그렇게 못 듣는담. 이리 좀 나오게." 새끼 꼬기에만 열중하였던 김서방은 깜짝 놀라 머리를 들었다. "아 이리 나와!" 버럭 지르는 소리에 김서방은 어리둥절하여 일어났다. 그리고 자신의 무슨 잘못으로 주인이 꾸지람을 내리시려나 하는 불안에 그의 가슴이 웅하고 뛰는 것을 느끼며 사랑으로 나왔다. 그의 눈등이 근지러우며 눈물이 날 만큼 사랑은 밝았다. "거게 앉게." 주인의 말을 따라 김서방은 쭈그려 앉았다. 주인은 그의 머리에 너저분하게 올라앉은 짚부스러기를 바라보면서 한참이나 무슨 생각을 하다가, "그런데 자네를 부른 것은 다름이 아니라 앞 벌 밭을 팔았네그리." 주인도 어느덧 비창한 빛을 얼굴에 ..
사랑으로 통한 샛문이 홱 열렸다.

"이 사람아. 원 그렇게 못 듣는담. 이리 좀 나오게."

새끼 꼬기에만 열중하였던 김서방은 깜짝 놀라 머리를 들었다.

"아 이리 나와!"

버럭 지르는 소리에 김서방은 어리둥절하여 일어났다. 그리고 자신의 무슨 잘못으로 주인이 꾸지람을 내리시려나 하는 불안에 그의 가슴이 웅하고 뛰는 것을 느끼며 사랑으로 나왔다. 그의 눈등이 근지러우며 눈물이 날 만큼 사랑은 밝았다.


"거게 앉게."

주인의 말을 따라 김서방은 쭈그려 앉았다. 주인은 그의 머리에 너저분하게 올라앉은 짚부스러기를 바라보면서 한참이나 무슨 생각을 하다가,

"그런데 자네를 부른 것은 다름이 아니라 앞 벌 밭을 팔았네그리."

주인도 어느덧 비창한 빛을 얼굴에 띠우며 묵묵하였다. 김서방은 앞 벌 밭이란 말밖에 알아듣지 못하였다. 그래서 그는머리를 버쩍 들었다.

"낸들 그 밭을 팔고 싶어 팔았겠나마는 형편이 그리 되니 할 수가 있던가."
저자 : 강경애
1907년 4월 20일 황해도 송화 출생. 5세 때인 1911년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후 의붓아버지 밑에서 자라났으며, 이 시기에 겪었던 심리적‧경제적 곤란은 그의 작품경향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21년 평양 숭의여학교에 입학하였으나, 동맹휴학에 가담한 관계로 1923년에 퇴학 처분을 받았다. 1923년, 문학강연회를 계기로 양주동과 만나게 되어 이듬해 서울로 함께 올라왔으며, 동덕여학교 3학년에 편입하여 1년간 수학했다 양주동과의 관계가 파탄에 이른 1924년 9월 귀향하여 야학운동,신간회 등 여러 사회운동에 투신하였다. 1931년경 간도를 여행하고 귀국한 후 작품을 창작하였으며, 문단 등단작은 1931년 조선일보 ‘부인문예’란에 발표한 파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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