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펄펄 나리는 오늘 아침에 승호의 어머니는 백일 기침에 신음하는 어린 승호를 둘러 업고 문밖을 나섰다. 그가 중국인 상점 앞을 지나칠때 며칠 전에 어멈을 그만두고 쫓기어 나오듯이 친가로 정신없이 가던 자신을 굽어보며 오늘 또 친가에서 외모와 싸움을 하고 이렇게 나오게 되니 이젠 갈 곳이 없는 듯하였다. 그나마 그의 외모는 말할 것도 없지만 아버지만 쳐다보고 그대로 딸자식이니 몇 해는 그만두고라도 몇 달은 보아주려니보다도 승호의 백일 기침이 낫기까지는 있게 되려니 하였다가 그 역시 남인 애희네 보다도 못하지 않음을 그는 눈물 겹게 생각하였다. 어디로 가나? 그는 우뚝섰다. 사람들은 부절(不絶)히 그의 옆으로 지나친다. 그는 멍하니 하늘을 쳐다보면서 이제야말로 원수같이 지내던 시형네 집에나마 머리숙여 들어가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자신은 도수장에 들어가는 소 모양으로 온 몸이 부르르거리고 차마 발길을
떼어 놓을 수가 없었다.
저자 : 강경애
1907년 4월 20일 황해도 송화 출생. 5세 때인 1911년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후 의붓아버지 밑에서 자라났으며, 이 시기에 겪었던 심리적‧경제적 곤란은 그의 작품경향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21년 평양 숭의여학교에 입학하였으나, 동맹휴학에 가담한 관계로 1923년에 퇴학 처분을 받았다. 1923년, 문학강연회를 계기로 양주동과 만나게 되어 이듬해 서울로 함께 올라왔으며, 동덕여학교 3학년에 편입하여 1년간 수학했다 양주동과의 관계가 파탄에 이른 1924년 9월 귀향하여 야학운동,신간회 등 여러 사회운동에 투신하였다. 1931년경 간도를 여행하고 귀국한 후 작품을 창작하였으며, 문단 등단작은 1931년 조선일보 ‘부인문예’란에 발표한 파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