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정의 단편소설이다.
김유정(金裕貞.1908∼1937)이 지은 단편소설. 1933년 3월 [제일선(第一線)] 제3권 제3호에 발표되었고, 1936년 [서해공론]에 발표되었으며, 그 뒤 1938년에 간행된 단편집 <동백꽃>에 다시 수록되었다. 이 작품은 작자가 그의 고향인 실레 마을에서 십리쯤 떨어진 덕두원에 있는 돌쇠네 집에 놀러 다니며 돌쇠 어머니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작품화한 것이다.
줄거리가 몇 가지 수긍하기 어려운 점이 있는 등 완벽하지 못한 채 끝나는, 비록 미숙한 초기 작품이지만 토착적인 우리말의 적절한 구사, 풍부한 어휘, 그리고 분위기 전달 능력 등 농촌소설의 전형을 묘사하는 여러 가지 김유정만의 미덕이 엿보이는 작품이다.
【줄거리】
『조용한 산골에서 주막을 차리고 살고 있는 덕돌 모자의 집에 홀연히 산골 나그네가 찾아온다. 열아홉 나이의 과부라는 그녀는 선채금 30원이 없어 혼사가 뻐개진 노총각 덕돌과 그 홀어미에게는 너무나 아깝고 놓치기 아까운 존재였다.
술청도 거들고 방아도 찧으면서 며칠을 보낸 후, 그녀는 드디어 덕돌과 혼인하고 덕돌 모자는 다시없는 행복에 젖는다. 혼인 후 더욱 기운이 솟아 열심히 일하는 덕돌은 어느 날 밤 품안이 허술해서 더듬어 보니 아내는 간 데가 없고 혼인 때 장만해서 모셔 놓고 아끼는 인조견 새옷도 간 곳이 없다. 모자는 황황히 그녀를 찾아 나선다.
그러나 병중의 남편에게 덕돌의 인조견 옷을 입혀서 손목을 잡고 재촉해 길을 떠난 산골 나그네를 따라잡지 못한다.』
『주인공인 ‘산골 나그네’는 헐벗고 굶주린 유랑민으로 산골의 어느 가난한 주막집에 걸식차 들렀다가 과부인 주인의 호의로 며칠간 기식하게 된다. 그러다가 본의 아니게 작부 노릇도 하게 되고 여러 가지 곤욕도 치른다. 그러던 중 그 집 아들 덕돌이가 함께 살자고 치근대는 바람에 몸까지 허락하게 된다.
주인은 그녀가 큰 수입을 올려주자 집요하게 며느리가 되어 주기를 권유하여 마침내 덕돌이와 성례까지 치르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모든 일들이 그녀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오직 수동적으로 끌려가는 입장에서 이루어지며, 그녀 자신은 통 말이 없다. 어머니와 아들은 행복하지만 무언으로 일관하는 여인의 속은 알 수가 없다.
그러던 어느 날 밤 갑자기 여인은 덕돌이의 옷을 싸가지고 도주한다. 자다가 깬 덕돌이도 주모도 모두 그 이유를 모르고 허둥댄다. 그런데 그녀에게는 병든 남편이 있었는데 그는 근처의 폐가에 몸져누워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사정을 모르고 있는 덕돌이는 수런대며 찾아나서고, 여인은 훔쳐온 옷을 남편에게 입힌 뒤 밤길을 재촉하여 산길을 달아난다.』
【감상】
이 작품은 작가가 아이러니와 유머 기법으로 희극처럼 분장하였지만, 사실은 비극적인 이야기이다. 병든 남편의 솜옷을 위하여 위장으로 혼인까지 하고 야간도주하지 않으면 안 되었던 여인의 행위가 우습기도 하지만, 그러나 이것은 형벌보다 무서운 비극적 장면인 것이다.
한 마디의 거짓말도 하지 못하는 그녀의 순박함과 혼인예물로 받은 은비녀를 베개 밑에 묻어두고 가는 선량함 때문에 그녀에 대한 연민의 정은 더욱 절실해진다. 이 작품에서 작가는 강한 휴머니즘의 정신을 가지고 불행한 시대를 살아가는 불쌍한 사람들의 눈물겨운 삶을 생생하게 형상화하였으며, 이로써 독자의 사랑과 연민의 정을 일깨우려는 것이 작가의 창작의도라 할 수 있다.
이 작품은 김유정의 다른 대부분의 소설들과 마찬가지로, 산골을 배경으로 가난한 사람들의 애환을 그리고 있다는 점과, 또 기법면에서도 토속적 어휘를 많이 구사하고 있고, 아이러니와 유머를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김유정의 작가적 경향을 잘 대변하는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1908년 1월 18일 강원도 춘천에서 출생하였다. 휘문고보(徽文高普)를 거쳐 연희전문(延禧專門) 문과를 중퇴, 한때는 일확천금을 꿈꾸며 금광에 몰두하기도 했다. 1935년 소설 《소낙비》가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노다지》가 《중외일보(中外日報)》에 각각 당선됨으로써 문단에 데뷔하였다. 폐결핵에 시달리면서 29세를 일기로 요절하기까지 불과 2년 동안의 작가생활을 통해 30편에 가까운 작품을 남길 만큼 그의 문학적 정열은 남달리 왕성했다.
데뷔작인 《소낙비》를 비롯하여 그의 작품은 대부분 농촌을 무대로 한 것인데 《금 따는 콩밭》은 노다지를 찾으려고 콩밭을 파헤치는 인간의 어리석은 욕망을 그린 것이고, 《봄봄》은 머슴인 데릴사위와 장인 사이의 희극적인 갈등을 소박하면서도 유머러스한 필치로 그린 그의 대표적인 농촌소설이다. 그 밖에 《동백꽃》 《따라지》 등의 단편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