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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의 소녀

김명순 | SENAYA | 500원 구매
0 0 914 2 0 117 2013-07-08
김명순의 단편소설이다. 평양 대동강 동쪽 해안을 이 리쯤 들어가면 새마을이라는 동리가 있다. 그 동리는 그리 작지는 않다. 그리고 동리의 인물이든지 가옥이 결코 비루하지도 않으며 업은 대개 농사다. 이 동리에는‘범네’라 하는 꽃인가 의심할 만하게 몹시 어여쁘고 범이라는 그 이름과는 정반대로 지극히 온순한 팔구 세의 소녀가 있다. 그 소녀가 이 동리로 온 것은 두어 해 전이니 황진사라는 육십여 세 되는 젊지 않은 백발옹과 어디로선지 표연히 이사하여 거한다. 그 후 몇 달을 지나서 범네의 집에는 삼십 세 가량 된 여인이 왔으나 역시 타향인이었다. 하는 일은 없으나 생활은 흡족한 듯이 보이며 내객이라고는 일 년에 한 번도 없고 동리 사람들과 사귀지도 않는다. 그런 고로 이..

산골나그네

김유정 | 유페이퍼 | 500원 구매
0 0 1,011 2 0 87 2013-07-08
김유정의 단편소설이다. 김유정(金裕貞.1908∼1937)이 지은 단편소설. 1933년 3월 [제일선(第一線)] 제3권 제3호에 발표되었고, 1936년 [서해공론]에 발표되었으며, 그 뒤 1938년에 간행된 단편집 <동백꽃>에 다시 수록되었다. 이 작품은 작자가 그의 고향인 실레 마을에서 십리쯤 떨어진 덕두원에 있는 돌쇠네 집에 놀러 다니며 돌쇠 어머니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작품화한 것이다. 줄거리가 몇 가지 수긍하기 어려운 점이 있는 등 완벽하지 못한 채 끝나는, 비록 미숙한 초기 작품이지만 토착적인 우리말의 적절한 구사, 풍부한 어휘, 그리고 분위기 전달 능력 등 농촌소설의 전형을 묘사하는 여러 가지 김유정만의 미덕이 엿보이는 작품이다. 【..

총각과 맹꽁이

김유정 | 유페이퍼 | 500원 구매
0 0 708 2 0 89 2013-07-08
김유정의 단편소설이다. 잎잎이 비를 바라나 오늘도 그렇다. 풀잎은 먼지가 보얗게 나풀거린다. 말뚱한 하늘에는 불더미 같은 해가 눈을 크게 떴다. 땅은 닳아서 뜨거운 김을 턱밑에다 풍긴다. 호미를 옮겨 찍을적마다 무더운 숨을 헉헉 뿜는다. 가물에 조잎은 앤생이다. 가끔 엎드려 김매는 이의 코며 눈퉁이를 찌른다. 호미는 퉁겨지며 쨍 소리를 때때로 낸다. 곳곳이 박힌 돌이다. 예사밭이면 한번 찍어 넘길 걸 서너 번 안하면 흙이 일지 않는다. 콧등에서, 턱에서 땀은 물 흐르듯 떨어지며 호미자루를 적시고 또 흙에 스민다. 그들은 묵묵하였다. 조밭 고랑에 쭉 늘어 박혀서 머리를 숙이고 기어갈뿐이다. 마치 땅을 파는 두더지처럼······. 입을 벌리면 땀 한 방..

소낙비

김유정 | 유페이퍼 | 500원 구매
0 0 503 2 0 53 2013-07-08
김유정의 단편소설이다. 음산한 검은 구름이 하늘에 뭉게뭉게 모여드는 것이 금시라도 비 한줄기 할 듯하면서도 여전히 짓궂은 햇발은 겹겹 산속에 묻힌 외진 마을을 통째로 자실 듯이 달구고 있었다. 이따금 생각나는 듯 살매들린 바람은 논밭간의 나무들을 뒤흔들며 미쳐 날뛰었다. 뫼 밖으로 농꾼들을 멀리 품앗이로 내보낸 안말의 공기는 쓸쓸하였다. 다만 맷맷한 미루나무숲에서 거칠어가는 농촌을 읊는 듯 매미의 애끓는 노래…. 매움! 매애움! 춘호는 자기 집 - 올봄에 오 원을 주고 사서 들은 묵삭은 오막살이집 - 방문턱에 걸터앉아서 바른 주먹으로 턱을 고이고는 봉당에서 저녁으로 때울 감자를 씻고 있는 아내를 묵묵히 노려보고 있었다. 그는 사날 밤이나 눈을 안 붙..

금따는 콩밭

김유정 | 유페이퍼 | 500원 구매
0 0 837 2 0 83 2013-07-08
김유정의 단편소설이다. 땅속 저 밑은 늘 음침하다. 고달픈 간드렛불, 맥없이 푸르끼하다. 밤과 달라서 낮엔 되우 흐릿하였다. 겉으로 황토 장벽으로 앞뒤좌우가 콕 막힌 좁직한 구뎅이. 흡사히 무덤 속같이 귀중중하다. 싸늘한 침묵, 쿠더브레한 흙내와 징그러운 냉기만이 그 속에 자욱하다. 곡괭이는 뻔질 흙을 이르집는다. 암팡스러이 내려쪼며, 퍽 퍽 퍼억. 이렇게 메떨어진 소리뿐. 그러나 간간 우수수 하고 벽이 헐린다.

노다지

김유정 | 유페이퍼 | 500원 구매
0 0 640 2 0 80 2013-07-08
김유정의 단편소설이다. 그믐 칠야 캄캄한 밤이었다. 하늘에 별은 깨알같이 총총 박혔다. 그 덕으로 솔숲 속은 간신히 희미하였다. 험한 산중에도 우중충하고 구석배기 외딴 곳이다. 버석만 하여도 가슴이 덜렁한다. 호랑이, 산골 호생원! 만귀는 잠잠하다. 가을은 이미 늦었다고 냉기는 모질다. 이슬을 품은 가랑잎은 바시락바시락 날아들며 얼굴을 축인다. 꽁보는 바랑을 모로 베고 풀 위에 꼬부리고 누웠다가 잠깐 깜박하였다. 다시 눈이 띄었을 적에는 몸서리가 몹시 나온다. 형은 맞은편에 그저 웅크리고 앉았는 모양이다. "성님, 인저 시작해 볼라우!" "아직 멀었네, 좀 춥더라도 참참이 해야지……." 어둠 속에서 그 음성만 우렁차게, 그러나 가만히 들릴 ..

신문고

김동인 | 유페이퍼 | 600원 구매
0 0 532 2 0 64 2013-07-03
김동인의 단편소설이다. "아비가 옥에 갇힌 해에 세상에 나고, 아비가 옥에서 나오는 날에 죽었으니, 이런 일이 어디 있으랴. 옛날 효도에 순(殉)한 자도 이만한 자 없으니 슬프고 가련하다." 대제학(大提學) 홍양길(洪良吉)의 찬에 이런 것이 있다. 그러면 이것은 어떤 사건에 관한 것인가. 여기 얽힌 비참한 이야기를 이하에 적어보기로 하자.

학병수첩

김동인 | 유페이퍼 | 500원 구매
0 0 521 2 0 86 2013-07-01
김동인의 단편소설이다. 이 손이 사람을 죽였다. 이 주판이나 놓고 편지나 쓰고 하던 맵시나고 아름다운 손이 사람을 죽였다! 전쟁 마당에서 한 병정이 적병 몇 백쯤을 죽였다니기로서니 무엇이 신기하고 무엇이 이상하랴만 이 맵시나는 손으로 잡은 총검이 적인 호주 출신의 영국군의 가슴에 쿡 틀어박혀서 그를 즉사하게 한 것이다. 무슨 은원이 있을 까닭도 없고 무슨 이해관계가 있을 까닭도 없는 생면부지의 사람 단지 나는…… 일본군의 한 사람이고, 저는 영국군의 한 사람이라는 인연으로 오늘 내 칼 아래 가련한 죽음을 한 것이었다. 그리고 내 칼이 만약 10분의 1초만 늦었더라면 그의 칼이 내 가슴에 박혀서 내가 도리어 가련한 죽음을 할 것이 아니었던가. 전..

성암의 길

김동인 | 유페이퍼 | 800원 구매
0 0 1,251 2 0 65 2013-06-27
김동인의 친일 소설이다. 덕천가강(德川家康 ― トクガワ イヘヤス)이 풍신(豊臣) 정부를 꺼꾸러뜨리고 ‘에도(江戶)’에 막부(幕府)를 연 지도 어언간 삼백 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한 개의 정치 생명(政治生命)은 삼백 년을 그 장기(長期)로 한다. 삼백년이면 한 정치생명은 이미 늙어서, 다른 새롭고 싱싱한 정치의 출현을 기다린다. 한(漢)이 전한(前漢)과 동한(東漢)을 합하여 사백 년, 당(唐)이 삼백 년, 명(明)이 또한 겨우 삼백 년 ― 이것이 정치 생명의 긴 자〔長者〕들이다. 지금 삼백 년 가까운 정치 생명을 누려 온 자가 지나에는 애신각라 씨의 청(淸)이 있고, 동방에는 덕천막부가 있다. 하늘의 법칙은 여기도 움직이어, 청(淸)은 아편 문제..

송첨지

김동인 | 유페이퍼 | 500원 구매
0 0 682 2 0 74 2013-06-27
김동인의 단편소설이다. 소설 쓰는 사람에게도 각각 다른 버릇이 있어서 예컨대 작품 중에 나오는 어떤 인물의 이름에 있어서도 가령 이러이러한 성격과 환경의 인물을 등장 시키려 하면, 그런 사람이면 이런 이름을 붙이어야 적당하리라, 혹은 또 이런 이름의 사람은 여사여사한 성격을 가지고 여사여사한 과거, 혹은 환경을 가지어야 될 것이다. ─ 이러한 일종의 독특한 취택벽(取擇癖)이 있다. 그 예에 벗어나지 못하여 나 이 김동인이는 가령 ‘송 첨지’라 하는 인물을 소설의 주인공 내지 한 등장인물로 쓰고자 하면, ‘송 첨지’라는 이름에 따라서 ‘송 첨지’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면 그 생김생김은 이러하고 나이는 얼마쯤이며 성격은 어떠어떠한 사람이리라 ─ 적어도 그러한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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